여러분은 삶에서 언제 고독하셨나요?
기억을 더듬어보신다면, 그 때 여러분의 삶이 꼭 불행했다고 생각해 볼 수 있을까요? 만약 누가 저에게 똑같은 질문을 한다면, 저는 쉽게 대답할 수 없을 것입니다. 분명 그 당시에 고독했을 때, 예를 들면 군대 전역 후에 편의점 야간 아르바이트를 할 때, 새벽 시간은 정말 고독했습니다. 삶에서 그만큼의 고독이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 정도이니까요.
조용한 새벽 4시의 거리, 편의점 안에는 손님도 아닌 그저 들어와서 콜을 기다리는 대리기사 아저씨 2명 정도, 이제는 버틸 대로 버텨서 졸음이 쏟아지는 그 시간에는 정말 고독했습니다. 아르바이트를 끝내고 합정에서 대방역으로 지하철을 타고 갈 때, 아침에 들어서면 아무도 반겨주지 않는 홀로 텅 빈 집에 커튼을 치고 잠을 자고 다시 학원을 가던 그 시절은 처절하게 고독했습니다. 친구를 만나고 싶어도 만날 시간이 없었던 그 시절.
그런데 시간이 흘러 그 고독했던 시간이 꼭 나에게 나빴을까? 라고 생각해 본다면, 절대 그렇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그 시절의 그 고독함 속에서만 사색할 수 있었던 것들이 분명히 존재했고, 삶을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하겠다라던지, 이런 깊은 생각들을 할 수 있었습니다.
이와 반대로, 텅 비어 있던 시간은 뉴욕에 와서 허둥지둥 살아갈 때, 고독을 느끼기에는 사치처럼 여겨지는 그 시절, 감정은 점점 매말라가고 오로지 목표만을 향해 달려가는 머신, 하나의 AI처럼 살아가던 그 시절은 겉으로 보기에는 어떨지 몰라도 속은 비어 있었습니다. 누군가 두드리면 청명한 소리가 들릴 만큼 껍데기로서 살았을지 모르겠습니다.
레누카 가브라니는 좀처럼 각자 개인의 삶에 집중하기 힘든 이 시대에, 우리가 진정으로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것은 타인이 아닌 스스로의 인생이며, 때로는 남들과 떨어져서 그리고 주변의 소음들과 떨어진 고독한 시간이 우리 삶에 빛을 비추어준다고 경험을 통해 이야기합니다.
최근 그녀의 책을 읽었고 테드 강연을 들었습니다.
오늘 보표레터 구독자님들에게는 그녀의 테드 강연을 소개합니다. 진정으로 자신의 삶에 빛을 비추고 싶은 분들이라면, 아래 글을 천천히 음미하듯이 읽어 주세요.
그럼 시작합니다. 레누카를 만나러 갑니다.


Point 1. “타인 생각으로 과부하된 나는 과식한 것과 마찬가지다"
햄버거 좋아하시나요?
만약 여러분이 햄버거를 좋아한다고 해도, 누군가 햄버거만 하루 종일 먹으라고 한다면 좋아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입니다. 그것도 짧은 시간 안에 도전 먹방이라도 하는 것처럼 먹으라고 하면, 결국 여러분은 구토하고 말 것입니다.
레누카는 현대 사회에서 우리가 끊임없이 소비하는 짧은 영상 콘텐츠, 쇼츠라던지 릴스가 이와 같다고 합니다. 타인이 계속해서 우리에게 콘텐츠를 밀어넣고, 이를 보는 사람들은 마치 음식을 과식하는 것과 같은 인풋 과잉이 일어나게 되어 아무것도 생각할 수 없는 사태에 다다른다고 이야기합니다. 마치 음식을 과식해서 움직이기 힘든 것처럼 말이죠.
그녀는 이런 ‘마음의 과식’은 오히려 내 생각을 마비시키고, ‘나’를 잃게 만든다는 것입니다. 이쯤에서 우리 스스로를 돌아보면 좋겠습니다.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최근에 정말 조용한 공간에서 여러분 자신과 마주한 적은 언제였던가요? 기억이 나시나요? 늘상 사람들 속에, 혹은 끝없이 펼쳐지는 손 안에 든 영상들 속에, 유튜브에 여러분을 잃어버리신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보세요.
이는 마치 우리의 정신 세계가 타인에게 조종당하고 있는 것과 다를 게 없다고 생각합니다. 유튜브 알고리즘에 조종당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결국 스스로의 생각이 아닌 타인의 기대대로 움직이게 되기도 합니다. 그녀는 이를 이렇게 정의합니다.
“과식을 멈추듯, 때로는 생각의 ‘소비’를 멈추고 ‘내 생각’을 위한 고요한 시간, 즉 고독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던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