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보표레터 구독자님. 잘 지내고 계신가요?
뉴욕의 10월 13일은 잿빛 하늘로 시작되었습니다. 어제부터 이어진 비는 태풍의 끝자락이라는 소식을 전하며, 도시 전체를 차분하게 적시고 있습니다. 이런 날씨를 좋아하시나요?
언제부터였을까요, 이 빗소리가 더는 불평의 대상이 아니게 된 것이. 어린 시절의 저는 비 오는 날이 세상에서 가장 번거로운 날이라 믿었습니다. 손에 들린 우산의 무게와, 어김없이 어딘가에 두고 와 어머니의 잔소리를 듣게 될 저녁을 미리부터 걱정했으니까요.
하지만 시간은 생각의 무늬를 바꾸어 놓더군요. 어느 날 문득, 그저 제자리에서 순리대로 흐르는 자연의 모습에 좋고 싫음의 잣대를 들이대는 제 자신이 조금은 오만하게 느껴졌습니다. 그때부터였을 겁니다. 불평 대신, 비 오는 날의 좋은 점을 찾기 시작한 것은.
이를테면, 카페의 창가 자리에 앉아 밖을 바라보는 일 같은 것 말입니다. 오늘도 저는 롱아일랜드의 한적한 카페로 향했습니다. 따뜻한 커피 한 잔을 앞에 두고, 창문에 부딪혔다 흘러내리는 빗방울들이 그리는 무늬를 멍하니 바라보았습니다. 여러분에게도 그곳의 소리와 풍경을 잠시나마 전해드립니다.
그런데 나이가 들어가면서 비오는 날은 그것대로 매력이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자연스러운 일인데 제가 호불호를 갖고 자연을 평가한다는것 자체가 건방진 일은 아닌가? 라고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대신 비오는 날 좋은 점은 뭐가 있을까? 찾기 시작했습니다.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하나 찾은것은 비오는 날 카페에 앉아서 책을 읽거나 밖에 풍경을 보는것이 참 좋더군요. 그래서 오늘도 조용한 카페에 다녀왔습니다. 여러분에게 뉴욕 롱아일랜드의 조용한 어느 카페의 짧은 영상을 전해드립니다.
창밖은 저마다의 사연을 품고 젖은 거리를 오가는 사람들. 그들의 표정과 걸음걸이를 가만히 들여다보는 일은, 소설의 첫 문장을 기다리는 작가처럼 마음을 설레게 합니다. 결국 어떤 환경이든 그 안에서 좋은 것을 발견해내는 것은 온전히 나의 몫이라는, 어쩌면 당연한 진리를 다시 한번 확인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오늘의 이 생각은, 마침 제가 나누고 싶었던 두 가지 이야기와 자연스럽게 이어집니다.
먼저 제시카 천 작가의 '강한 사람은 조용히 일하고 소리 없이 이긴다'라는 책입니다. 우리는 종종 내향적인 기질을 고쳐야 할 단점처럼 여기지만, 이 책은 마치 비 오는 날의 매력처럼, 내향적인 기질도 사실은 강하다! 그 안에 숨겨진 단단한 힘과 장점을 이야기합니다.
젠틀 몬스터 CEO의 영상 또한 그렇습니다. 주어진 환경을 탓하는 대신, 그 안에서 자신만의 길을 만들어낸 그의 이야기는 오늘 제가 빗속에서 얻은 생각과 꼭 닮아 있었습니다.
두 이야기가 오늘의 빗소리와 함께 당신의 마음에 작은 울림을 남기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