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표레터 구독자님들,
잘 지내고 계신가요? 성공, 성취, 더 높은 목표를 향해 쉴 틈 없이 달려가는 우리의 일상 속에서, 오늘은 잠시 숨을 고르고 삶의 본질적인 방향키를 재점검하게 만드는 깊은 울림의 이야기를 나누고자 합니다. 괜찮으시다면, 잠시 하던 일을 멈추고 창밖을 한번 바라봐 주시겠어요. 늘 분주하게 흘러가는 우리의 시간 속에서, 오늘은 잠시 그런 고요한 틈을 만들어보고 싶었습니다. 성공이나 성취, 혹은 다음 단계의 목표 같은 것들로부터 한 걸음 물러서서, 삶이라는 지도의 방향을 다시금 가늠하게 하는 이야기에 대해서 말입니다.

얼마 전, 저는 우연히 한 사람의 이야기를 듣게 되었습니다. 눈부신 성공 신화를 써 내려간 젊은 사업가의 이야기는 아니었습니다. 주인공은 쉰의 나이에 이르러, 만성 질환으로 자신이 쌓아 올린 거의 모든 것을 잃고 나서야 삶의 진짜 의미와 마주하게 되었다고 담담히 말하는 '하이디'라는 여성이었습니다.
어쩌면 그녀의 이야기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대부분이 앓고 있는 ‘성취 중독’이라는 보이지 않는 병에 대한 처방전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는 늘 ‘무엇을 더 해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스스로를 채찍질하며 살아갑니다. 그러는 사이 ‘나는 지금 어디에 서 있는가’라는, 어쩌면 가장 본질적인 질문을 까맣게 잊어버리곤 합니다. 만일 당신 역시 끝없이 이어지는 경주와 보이지 않는 압박감 속에서 문득 모든 에너지가 소진되어 버린 듯한 감각을 느껴본 적이 있다면, 하이디의 이야기는 꽤 괜찮은 나침반이 되어줄 겁니다.
여러분의 발밑에 이미 존재하는 단단한 행복을 발견하게 해주는, 그런 종류의 나침반 말입니다. 이것은 그저 무언가를 극복해낸 영웅담이 아닙니다. 성공이라는 이름의 라벨이 모두 떨어진 후에야 비로소 드러나는 한 인간의 고유한 가치, 그리고 삶의 가장 소중한 자원이란 과연 무엇인가에 대한 조금은 아프고, 또 눈부시게 빛나는 증언입니다.


1. 위대한 멈춤: 모든 라벨이 떼어졌을 때, 당신은 누구인가?
하이디는 과거의 자신을 이렇게 기억하더군요.
“삶이란 행동하고, 행동하고, 또 행동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아침에 눈을 뜨는 순간부터 녹초가 되어 잠자리에 쓰러지는 순간까지, 그녀의 하루는 단 한순간의 여백도 없이 ‘움직임’으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더 많은 성과, 더 나은 결과를 향해 스스로를 쉬지 않고 몰아붙였던 겁니다. 어쩐지 오늘날 생산성과 효율성을 하나의 종교처럼 여기는 우리 사회의 자화상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인생이란 그런 것일까요. 예고 없이 찾아온 만성 질환은, 브레이크가 고장 난 채 폭주하던 그녀의 기관차를 강제로 멈춰 세웠습니다.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그녀는 자신의 직업과 그토록 필사적으로 이뤄낸 모든 성취를 잃었습니다. 심지어 자동차 열쇠를 쥐고 어디론가 떠날 수 있는 아주 사소한 자유까지도 말입니다. 침대에 누워 속수무책으로 시간을 흘려보내야 하는 깊은 어둠 속에서, 그녀는 문득 인생의 가장 근원적인 질문과 마주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 모든 라벨이 당신에게서 벗겨져 나갔을 때, 당신은 과연 누구입니까?”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바로 이 지점일 겁니다. 우리가 곧잘 자신의 정체성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 직업, 직함, 사회적 성취 같은 것들은 사실 언제든 바람에 날아갈 수 있는 ‘외부의 라벨’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 말입니다. 몸과 마음이 보내는 ‘속도를 조금 늦추라’는 수많은 신호를 애써 무시한 채 오직 앞을 향해 질주할 때, 우리는 그 라벨 뒤에 숨어 있는 진짜 ‘나’를 돌보는 법을 잊어버립니다. 하이디의 ‘위대한 멈춤’은 실패가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세상의 소음으로부터 잠시 벗어나 자신의 내면에서 울리는 작은 목소리를 듣는 시간이었고, 무언가를 ‘하는 것(doing)’이 아닌, 나 자신으로 그저 ‘존재하는 것(being)’의 가치를 회복하는 가장 중요한 인생의 전환점이었습니다.

2. 현재라는 기적: 불안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저는 항상 현재보다 세 걸음 정도 앞서서 걸었습니다.” 하이디의 이 고백은, 아직 오지 않은 미래에 대한 걱정과 계획으로 오늘을 저당 잡힌 채 살아가는 우리에게 꽤 날카로운 통찰을 던져줍니다. ‘다음엔 무엇을 해야 할까’라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는 동안, 우리는 삶이 실제로 펼쳐지는 유일한 시공간인 ‘지금, 여기’를 무심히 흘려보내고 맙니다. 그녀는 단호하게 말합니다. 불안과 두려움이라는 감정은, 오직 ‘아직 오지 않은 미래’라는 시간 속에서만 살아남을 수 있는 생물과도 같다고.
그녀는 아흔 살의 친구 마빈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가 얼마나 많은 것들을 당연하게 여기며 살아가는지 문득 깨닫게 합니다. 파킨슨병을 앓는 이들에게 포크로 음식을 떠서 입으로 가져가는 지극히 단순한 행위는, 실은 엄청난 에너지와 고도의 집중력을 요구하는 거대한 과업입니다. 우리는 마지막으로 언제, 식사라는 행위 그 자체에 온전히 집중하며 내 팔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다는 사실에 가만히 감사해 본 적이 있었을까요.
삶의 진짜 풍요로움은 ‘내가 가지지 못한 것’을 바라보며 결핍을 채우려 애쓸 때가 아니라, ‘내가 지금 가진 것’을 온전히 인식하고 그것에 고요히 감사할 때 비로소 시작되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머리 위를 가려주는 지붕, 따뜻한 음식, 누울 수 있는 아늑한 잠자리, 곁에서 나를 아껴주는 파트너, 나를 반겨주는 사랑스러운 반려견. 그녀가 기나긴 병상에서 발견한 것은 잃어버린 것들의 목록이 아니라, 이미 자신의 곁에 오래도록 존재해왔던 것들의 소중함이었습니다. 인공지능이 아무리 정교하게 미래를 예측하고 계획을 세워준다 한들, ‘지금 이 순간’의 감각과 감사의 마음은 오직 인간만이 누릴 수 있는 고유한 영역일 겁니다. 미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 때문에 오늘의 기쁨을 희생하는 습관을 멈추고, 현재라는 기적 위에 두 발을 온전히 디딜 때, 우리는 비로소 삶의 진정한 주인이 될 수 있습니다.


3. 인생의 진짜 화폐: 당신은 시간을 어디에 쓰고 있는가?
만일 당신의 인생이 유한한 자원으로 이루어진 지갑과 같다면, 그 안에 든 가장 귀한 화폐는 무엇일까요. 하이디는 망설임 없이 ‘시간과 관심(Time and Attention)’이라고 말합니다. 이것이야말로 우리의 감정과 생각, 신념, 그리고 최종적인 선택까지 결정하는 인생의 진짜 ‘화폐’이자 둘도 없는 ‘자원’이라는 겁니다. 오늘날 세상의 모든 것은 우리의 관심을 단 1초라도 더 차지하기 위해 소리 없는 전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우리가 무엇을 보고, 누구와 대화하며, 어떤 정보에 우리의 시간을 쏟는지에 따라, 우리의 삶은 전혀 다른 모양으로 조각되어 갑니다.
그녀는 우리에게 묻습니다.
당신이 당신의 시간과 관심을 투자하는 것들이, 당신의 삶과 가능성에 대해 더 나은 기분을 느끼게 합니까? 아니면 당신을 더 나쁘게 만들고, 당신이 원하는 곳에서 더 멀어지게 합니까?”
이것은 꽤나 실제적인 질문입니다. 부정적인 생각과 걱정에 시간을 쏟는 것은, 마치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것처럼 우리의 소중한 에너지를 고갈시킬 뿐입니다. 반대로 치유와 성장, 그리고 나를 지지해주는 긍정적인 것들을 향해 의식적으로 관심을 돌릴 때, 삶은 때로 놀라운 방식으로 변화하기 시작합니다.
또한 그녀는 ‘완벽한 때’를 기다리느라 삶을 놓치는 오랜 습관을 경계하라고 조언합니다. ‘건강해지면’, ‘성공하면’, ‘조금 더 여유가 생기면’… 우리는 수많은 조건을 내걸며 오늘의 행동을 내일로 유예하곤 합니다. 하지만 인생은 결과가 아닌 과정 그 자체일 겁니다. 익숙한 컴포트 존을 벗어나 아주 작은 도전을 시도하는 ‘행동’과 ‘노력’ 그 자체가 우리를 살아있게 만드는 동력이 됩니다. 당신의 가장 귀한 화폐인 시간과 관심을, 당신은 오늘 어디에 사용하고 계신가요. 그 선택이 바로 당신의 삶 그 자체일 테니까요.
오늘 하이디의 이야기, 어떻게 들으셨나요.
그녀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하나의 명확한 메시지를 던져주는 것 같습니다. 우리 대부분은 사회가 그려놓은 성공의 로드맵 위에서, 외부의 인정을 얻기 위해 자신의 고유한 속도와 방향을 잃어버린 채 살아가고 있다는 것. ‘더 빨리, 더 높이’라는 구호 속에서 스스로가 소진되고 있다는 사실조차 잊은 채 말입니다.
진정한 변화는 어쩌면 외부의 목표를 향한 질주를 잠시 멈추고, 내면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때 시작되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는 인류 역사상 가장 풍요로운 동시에, 가장 불안한 시대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당신의 직업이나 통장 잔고, 혹은 사회적 지위가 당신이라는 존재의 가치를 증명하는 유일한 척도가 될 수는 없을 겁니다.
이제 우리 스스로에게 몇 가지 질문을 던져볼 시간입니다.
“나는 내 삶의 속도를 누구에게, 혹은 무엇에 맞춰두고 있는가? 그리고 나의 가장 소중한 자산인 ‘오늘’이라는 시간을 어디에 투자하고 있는가?”
이 질문에 대한 자신만의 답을 찾아 나서는 여정, 그 고요하지만 단단한 과정이야말로 여러분을 이 예측 불가능한 시대의 흔들리지 않는 주인공으로, 그리고 진정한 의미의 승자로 만들어 줄 것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오늘도
긴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 뉴스레터에서 또 다른 이야기로 찾아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