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보표입니다.
여러분에게도 어딘가에 쌓아두기만 한 기록이 있으신가요?
읽다가 마음에 남아 적어둔 문장, 일을 하면서 발견한 방법, 처음 해보는 일 앞에서 막혔던 경험. 기록할 때는 분명 의미가 있었는데, 다시 꺼내보지 못한 채 시간이 흐르기도 합니다. 저마다의 경험이 담겨 있지만 다른 사람에게 전할 이야기로 완성하는 일은 또 다른 노력이 필요하니까요.
오늘은 그 기록을 첫 책으로 완성한 보표레터 독자 한 분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29년 차 현업 한의사이자, 자신만의 AI 에이전트를 만들어온 이인규님입니다.

인규님은 보표레터를 읽고 직접 시도한 경험을 댓글로 나눠주셨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첫 전자책을 출간했다는 소식을 전해주셨고, 저는 그 과정이 궁금해 서면 인터뷰를 부탁드렸습니다.
답변에는 약 22만 자에 이르는 기록이 등장합니다. 그리고 AI에 편집을 맡겼다가 자신의 문체와 이야기 흐름이 사라져 작업을 미뤘던 경험도 담겨 있었습니다.
AI의 도움을 받으면서도 자신의 이야기를 지키기 위해 인규님은 어떤 선택을 했을까요? 본업이 있는 사람이 새로운 배움을 이어가고, 마침내 결과물을 세상에 내놓기까지의 과정을 함께 읽어보셨으면 합니다.
1. 평생 배우겠다는 마음이 AI로 이어졌습니다
보표 | 한의사로 일해오시면서 AI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이인규 | 안녕하세요. ‘나만의 에이전트 만들기’ 과정의 기록을 첫 전자책으로 펴낸 이인규입니다.
챗GPT가 등장하기 전부터 본업과 관련된 공부뿐 아니라 시대의 변화를 따라가기 위한 배움도 이어왔습니다. 평생학습의 마음으로 살아왔고, 챗GPT가 등장하면서 그 관심이 AI 활용으로 옮겨갔습니다. AI가 제 삶과 배움의 동반자가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처음부터 AI에 관한 지식이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텔레비전을 보다가 궁금한 내용이 생기면 대화창을 열어 질문했습니다. 답변을 읽고 제 생각을 적은 뒤 다시 답변을 받았습니다. 인터넷 검색을 하던 것처럼, 제가 하는 일이나 글쓰기에 어떤 도움을 받을 수 있는지 하나씩 시도했습니다.
그때는 AI가 어떤 방식으로 답변하는지도 몰랐습니다. 그렇게 대화를 주고받는 것부터 시작했습니다.
2. 한번 하면 10년이라는 마음으로
보표 | 본업과 병행하면서 어떻게 꾸준히 만들어볼 수 있었나요?
이인규 | 이전부터 메모하고 글을 쓰거나, 이미지와 영상 제작 도구를 배우는 일을 해왔습니다.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콘텐츠로 만들어보는 시도가 일상에 들어와 있었습니다. 그 과정에 챗GPT와 여러 AI 도구를 자연스럽게 적용해본 것입니다.
잘되지 않거나 하기 싫은 날도 있었습니다. 그럴 때는 “한번 하면 10년”이라는 마음을 되돌아봤습니다. 처음 해보는 방법이라 힘들더라도 꾸준히 해보자는 생각이었습니다.
앞서가는 분들의 경험을 따라 해보고, 제게 필요한 아이디어와 연결해 테스트했습니다. 보표님과 AI 코리아 커뮤니티를 통해 여러 도구와 활용 방법을 접한 것도 도움이 되었습니다.
3. AI를 쓸수록 확인해야 할 일도 늘어났습니다
보표 | 여러 AI 도구를 활용하다가 자신만의 에이전트를 만들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이인규 | AI와 관련된 정보와 기술의 발전 속도가 빨라지면서, 이전처럼 하나씩 배우는 방식으로는 따라가기 어렵겠다고 느꼈습니다. 자동화로 처리하는 일이 늘어나니 제가 직접 검수해야 할 일도 늘었습니다. 머리로 처리해야 할 정보와 실제 업무가 모두 부담이 되었습니다.
또 다른 문제도 있었습니다. 여러 도구를 옮겨 다니면서 제가 무슨 생각으로 작업했는지,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 결과물을 어디에 두었는지가 흩어졌습니다. 그것을 다시 관리하는 일도 새로운 업무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옵시디언과 클로드 코드를 연결해 자신만의 에이전트를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옵시디언은 기록을 모아두는 공간으로, 클로드 코드는 요청에 따라 작업을 수행하는 도구로 활용했습니다.
첫 요청은 제가 입력한 내용뿐 아니라 AI의 답변, 작업 과정, 결과물까지 모두 기록하는 시스템을 만들어보자는 것이었습니다.
작업과 기록이 하나의 통로에 모이도록 하고 싶었습니다. 제가 일하는 방식과 맥락을 쌓아가는 개인 비서로 만들어보자는 생각이었습니다.
4. 만드는 일과 판단하는 일을 나누었습니다
보표 | 실제로 어떤 작업을 맡기는지 사례를 소개해주실 수 있을까요?
이인규 | 최근에는 어깨 근육인 견갑하근을 설명하는 영상을 만드는 작업을 요청했습니다.
해부학 앱에서 설명에 필요한 장면을 조작하고 녹화한 뒤, 근육의 기능과 구조를 설명하는 내레이션을 작성하고 음성으로 만들어 영상과 편집하도록 요청했습니다.
제가 만든 에이전트는 클로드 코드를 기반으로 작동합니다. 이번에는 전체 작업을 관리하는 에이전트가 작업지시서를 작성하고, 별도의 작업 공간에 둔 다른 AI가 그 지시서를 바탕으로 영상을 완성하도록 시도했습니다.
결과물이 나오면 제가 직접 영상을 돌려봤습니다. 견갑하근의 주요 특징이 제대로 표현되었는지, 시청자가 이해하기 좋은 흐름인지 확인했습니다. 부족한 부분은 수정하도록 요청하고, 다시 보면서 가다듬었습니다.
제가 가진 전문 경험으로 결과를 검토하고 방향을 잡는 과정은 계속 필요했습니다.
보표 | 코딩을 모르는 상태에서 그 구조를 만드는 일은 어렵지 않았나요?
이인규 | 기술을 구현하는 일이 가장 큰 숙제였습니다. 그래서 저는 원하는 방향을 자연어로 설명하고, 기술 구현은 에이전트가 담당하도록 접근했습니다. 책에서는 이것을 ‘메타 프로그래머를 고용하다’는 비유로 설명했습니다. 실제 사람을 고용했다는 뜻은 아닙니다.
저는 전체를 관리하는 에이전트와 소통하고, 그 안에서 실무를 맡는 에이전트들이 작업하도록 구성했습니다. 물론 원하는 것을 설명하고 결과를 조율하는 노력은 필요했습니다.
자동화를 늘리는 과정에서는 제가 또다시 각각의 작업을 직접 지시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작업지시서를 만드는 일까지 대표 역할의 에이전트에 맡기도록 바꿨습니다. 무엇을 위임해야 하는지 계속 돌아보며 구조를 다듬었습니다.
5. AI가 편집한 글에서 제 문체가 사라졌습니다
보표 | 쌓아둔 기록을 전자책으로 만들기로 한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이인규 | 에이전트를 만드는 과정이 기록으로만 남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평소 쌓아둔 메모나 좋은 글들이 외부에 발행되지 못한 채 잠들어 있는 것처럼요. 그동안 만들어온 작업 방식을 활용해 첫 전자책을 완성해보자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제가 직접 작성한 원문은 약 22만 자에 가까웠습니다. 문제는 AI가 이 기록을 보존하면서 제가 원하는 흐름으로 편집할 수 있느냐는 것이었습니다.
이전에도 전자책으로 만들어보려고 시도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AI가 문장을 바꾸고 순서를 재배열하면서 제 문체가 사라졌습니다. 제 글 같지 않았고, 검수와 퇴고를 다시 해야 한다는 생각에 작업을 미루기도 했습니다.
이번에도 처음에는 비슷했습니다. 원문을 최대한 보존해달라고 요청했지만 AI가 새로 만든 내용이 많았고, 목차도 제 생각의 흐름에서 벗어났습니다.
검토하는 과정에서 ‘연결 산문’이라는 표현을 발견했습니다. 제 기록 사이를 자연스럽게 이어주려고 AI가 새 문장을 만들어 넣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원문을 최대한 사용하고, AI가 추가하는 연결 문장은 최소화하도록 요청했습니다.
그다음에는 목차와 이야기 순서를 다듬었습니다. 많은 기록의 관계를 구조화해주는 도구를 활용해, 원래 이야기의 흐름이 목차에 반영되도록 했습니다. 각 부분은 해당 원문을 바탕으로 편집하고, 부분 사이의 연결도 조율했습니다.
이후 2~3일 동안 직접 읽고 수정 요청을 반복했습니다. 전자책 파일인 EPUB으로 만드는 작업까지 에이전트의 도움을 받아 마무리했고, ‘작가와’ 플랫폼을 통해 서점에 유통했습니다.
책에는 ‘이인규 지음, 이인규 에이전트 AI편집’이라고 표시했습니다. 제가 직접 쌓아온 기록과, 편집을 도운 AI의 역할을 구분해서 전하고 싶었습니다.

6. 경험이 있어야 무엇을 고칠지 알 수 있습니다
보표 | AI가 발전해도 직접 해야 한다고 느끼는 일은 무엇인가요?
이인규 | AI를 활용하면서 세운 원칙이 있습니다. “내가 잘 아는 분야에 먼저 AI접목을 시도해보자”는 것입니다.
잘 모르는 분야에서는 AI의 도움을 받더라도 언젠가 새로운 한계에 부딪힐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해당 분야의 경험이 있는지가 중요한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특히 저만 알고 있는 맥락과 데이터가 있습니다. 경험으로 알고 있지만 아직 말이나 글로 충분히 풀어내지 않은 것들입니다. 결과물을 확인하고 새로운 일을 지시할 때 그런 맥락이 필요합니다.
앞으로 해야 할 일도 제 전문 경험과 데이터를 에이전트가 읽을 수 있는 형태로 바꾸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른 분야의 경험을 가진 분들과 만나고 소통하는 일도 필요합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연결을 통해 배우고, 그것을 다시 에이전트에 전달할 수 있도록 정리하려고 합니다.
7. 첫 책이 열어준 작가라는 가능성
보표 | 첫 책을 낸 뒤 어떤 변화가 있었나요?
이인규 | 바쁜 일상과 본업에 밀려 시도하지 못했던 첫 전자책 쓰기를 제 스스로 통과해냈다는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이인규 작가’라는 새로운 가능성이 열렸다고 느꼈습니다.
큰딸의 첫 반응은 “인공지능으로 돌린 거 아니냐?”였습니다. 그래서 제가 직접 기록을 쌓아온 과정과 에이전트의 편집 도움을 받은 방식을 설명했습니다. 책에 AI 편집이라고 표시한 이유도 이야기했습니다.
친구는 “글 잘 쓰네”라고 격려해주었습니다. 기록을 쌓아온 과정을 아는 후배와 지인 작가님, AI 활용 경험을 나누는 동료 한의사분들에게도 응원을 받았습니다.
가까운 분들의 반응이었지만, 작가로서 첫걸음을 내딛는 데 힘이 되었습니다. 이번 서면 인터뷰도 새로운 독자분들께 제 이야기를 전할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8. 지금 해결하고 싶은 질문 하나부터
보표 | 개발을 모르고 시간도 부족한 독자에게 작은 실천 하나를 권한다면 무엇일까요?
이인규 | 첫 전자책의 프롤로그에도 적었지만, “인공지능 사용은 실행이 답입니다.”
자전거를 배울 때 원리를 모두 익히고 나서 타는 것은 아니잖아요. 안장에 올라 핸들을 잡고 페달을 밟아보는 것입니다. 처음에 균형을 잡기 어렵다면 누군가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어떤 AI 플랫폼이든 좋습니다. 지금 궁금하고 해결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그 질문부터 넣어보셨으면 합니다. 저도 그렇게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나는 인공지능 에이전트로 무엇을 하고 싶나?”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반복해보세요. 어떤 문제를 해결하고 싶은지 AI와 자주 대화해보시기 바랍니다.
보표의 생각
인규님의 답변을 읽으며 오래 생각한 부분은, AI가 만든 결과물을 보고 ‘내 글 같지 않다’고 느꼈던 대목입니다.
문장은 매끄러워졌을 수 있습니다. 구성도 그럴듯했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 안에서 자신이 겪은 과정과 생각의 순서가 사라졌다면, 그것을 자신의 이야기로 내놓기는 어려웠을 것입니다.
인규님은 원문을 얼마나 남길지, AI가 어느 정도까지 문장을 보탤지, 이야기를 어떤 순서로 전할지 다시 정했습니다. 영상 작업에서도 자신이 아는 해부학 지식으로 결과를 확인하고, 시청자가 이해할 수 있도록 수정을 요청했습니다.
저는 이 두 경험이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원하는 결과가 무엇인지 설명하고, 나온 결과를 읽고 보며 판단하는 일에는 그 사람의 경험과 기준이 들어갑니다.
AI를 배울수록 내게 쌓인 경험도 다시 돌아보게 됩니다. 내가 오랫동안 해온 일에서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는지, 다른 사람은 놓치지만 나는 알아보는 부분이 무엇인지요. 그것을 말과 글로 꺼내놓으면 AI에 일을 요청할 때도 더 구체적인 기준이 생길 것입니다.
이번 주에는 여러분이 잘 아는 일 하나를 골라보시면 어떨까요? 반복해서 설명하는 내용이나, 해결 방법을 알고 있지만 아직 정리하지 못한 문제도 좋습니다. 직접 겪은 상황과 생각을 적고, 그것을 바탕으로 작은 결과물 하나를 만들어보는 것입니다.
오늘 인터뷰가 여러분의 경험을 다시 꺼내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자신의 시행착오를 자세히 나눠주신 인규님께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늘 보표레터를 읽어주시는 여러분께도 감사합니다. 다른 구독자 분들께서도 혹시 서면 인터뷰를 통해 지금 하시는 일, 1인 사업, AI 활용 사례를 나눠주시고 싶으시다면 언제든지 연락주세요.
좋은 하루 되세요.
보표 드림
이인규님의 첫 전자책
《평생학습의 시대에 나만의 에이전트와 동행하기》
이인규 지음 · 이인규 에이전트 AI편집